다섯 번째 이야기 – 곰과 두 친구(함께 하는 것의 가치)
다섯 번째 이야기 – 곰과 두 친구(함께 하는 것의 가치)
  • 송영숙
  • 승인 2016.06.28 16: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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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 절친한 두 친구가 산길을 걸어가다가 곰을 만났습니다. 다른 친구는 쏜살같이 나무위로 올라갔지만 다른 친구는 도망칠 곳을 찾지 못해서 땅바닥에 누워 죽은 척을 했습니다. 곰은 땅바닥에 엎드려있는 친구에게 다가가 귀에 뭔가를 속삭이더니 사라졌습니다. 곰이 사라지고 나무에서 내려온 친구가 물었습니다. "괜찮은가? 곰이 뭐라고 하던가?" "위기가 닥쳤을 때 혼자 도망가는 사람하고는 친구로 지내지 말라고 하더군."

먼저 짚고 넘어 가야할 것이 있다. 일단 곰은 나무를 잘 탄다. 만일 나무를 못 타는 곰이라면 덩치가 너무 커서 그런 것이며 그만큼 위험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솝(아이소피카) 우화 중 하나인데 이솝의 고향이 그리스 지역임을 감안하면 아마 그 곰은 일명 Brown Bear(학명 : Ursus Arctos)로서 몸무게가 수컷이 100~360kg, 암컷이 60~200kg이며 큰 것은 500kg에 달한다. 이례적으로 680kg인 녀석도 있다는 그 곰인데, 한 마디로 마주치면 무조건 죽는다.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곰을 만났을 때 죽은 척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질 못한다. 죽은 척 하라는 것은 최대한 급소를 피하라는 의미고 실제로는 곰을 주시하면서 천천히 뒷걸음질로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유용하다고 한다(디카프리오 주연의 레버넌트라는 영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정말 그 곰이 위협적인지는 별개 문제로 보더라도 유럽연합(EU)이라는 친구 사이에 금이 가게 한 것은 틀림이 없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의 마음이 바로 죽은 척하던 친구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브렉시트(Brexit)란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2017년까지 실시하겠다고 약속했고 결국 이는 현실화가 되었다. 브렉시트에 관해 크게 네 가지 이유를 원인으로 본다. 첫 번째는 EU의 각종 규제, 그 중에서도 금융서비스업이 발달한 영국이 특히 금융규제에 골치아파한다는 것이다. 즉 EU 내 규제가 영국에게 불리하게 적용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말이다. 두 번째는 EU 가입국이 내는 분담금인데 약 22조를 내고 겨우 11조를 돌려받는다는 것이 브렉시트 찬성 측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돌려받는 것에 비해 너무 많이 낸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EU 내 이민의 문제다. EU 내에서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보장되므로 많은 사람들이 영국으로 일자리를 찾아서 흘러들어오는 바람에 자국 내 일자리가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이는 터키의 EU 가입 문제하고도 맥을 같이 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바로 난민 문제다. 현재 난민 할당제 즉 시리아 등의 난민들을 EU에 골고루 할당하여 분담하자는 취지인데 이는 영국과 더불어 많은 가입국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 더해 구세대와 신세대,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 그리고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맞물려서 결국은 브렉시트 찬성이라는 결과(약 3.78%p 차이)를 낳게 된 것이다.

브렉시트는 국내 갈등이 어떻게 국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아주 좋은 예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 견주어, 한국 사회의 이민과 난민에 따른 국내외 갈등 가능성과 그 해결의 중요성에 대해 보도록 하자 EU 내 노동력의 이동과 같이 한국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현재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해 대한민국의 외국인 근로자는 약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즉 대한민국 인구 오십 명 중에 한 명은 외국인 근로자라는 이야기다. 외국인 근로자 및 다문화 가정의 범죄 문제, 한국인 근로자와의 갈등 문제 그리고 정체성 문제까지 당장 다문화사회에 대한 갈등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최근 국방부는 2025년부터 2031년 사이에 연평균 8,518명의 다문화가정 출신 청년들이 입대할 것으로 예측하기에 이르렀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이므로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 사회에 더 깊이 들어왔다고 판단되면 이에 대한 반감의 목소리가 증가할 것이다. 이미 외국인 근로자뿐만 아니라 국제결혼을 통한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이 직접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게다가 현재 청년 실업자가 올 해 2월 기준으로 약 56 만 명이며 청년층 실업률은 약 12.5%에 달한다. 판단컨대 실업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외국인 근로자에게로 언제든지 향할 수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범죄, 일자리 그리고 정체성 문제의 삼박자가 언젠가 한번쯤은 크게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가장 큰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대표적인 난민의 불모지다. ‘난민인정률’이 4%가 채 되지 않는다. 사회적 권리는 제한되지만, 체류와 취업활동이 인정되는 ‘인도적 체류 허가자’까지 포함한 ‘난민보호율’로 따지면 약 18%로서 세계 평균 난민보호율인 36%에 약 반 정도 수준에 머문다. OECD 가입이 부끄러운 수치다. 예전과 달리 더 이상 난민문제는 온전히 해당 국가 내부 사정에서만 연유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면에는 매우 복잡한 국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난민 문제는 단지 선진국 몇 개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공조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물론 난민 수용에 따른 비용 문제, 국제 테러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도 어느 정도 타당하다. 그러나 앞으로도 세계화 시대가 심화된다고 가정하는 한,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를 판단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민과 난민 문제는 선택의 문제라기보다 국제화 시대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 때문에 이를 외면한다면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은 오히려 더 큰 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민자들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수 있는지 고민하고, 난민 보호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발을 맞추기 위해 공용어의 사용, 자유 무역 제도, 규제 완화 그리고 변동환율제 등의 수용 속도도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문화와의 융합 또한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단순하게 도덕적 내지는 윤리적 양심의 관점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 또한 있는 것이다. 만일 이민과 난민 문제로 인해 국내외 갈등이 가시화되고 확장될 경우, 한국도 브렉시트와는 또 다른 형태로 국제 질서 체계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계화로 발생한 국제 문제(곰)가 힘을 합친다고 하여 당장 100%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다만 단순히 자국민의 이익 나아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혼자 외면(영국)해버린다면, 죽은 척 했던 친구(EU 외)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때론 협력의 가치는 그 결과만큼이나 협력 그 자체에 있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곰은 어쩌면 귓속말로 죽은 척 했던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오늘날 가장 힘이 세고 가장 독립적인 국가라고 하더라도 고립되어서는 살 수 없다.”

(조지 슐츠, 前 미 국무장관)

 

조지형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도서출판 큰글사랑 기획실장

주식회사 디엠에코 이사

『어쩌면당신은관심없는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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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MS 2016-07-12 15:20:33
좋은 칼럼기사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결국 혼자라는 단어는 외롭고도 힘든 단어이죠~
결국 그 탈퇴는 분명 홀로서기인데~ .......
어쨌든~ 우리 국민은 함께라는 마음으로 모두가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