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이야기 – 의좋은 형제(순환출자와 형제의 난)
여섯 번째 이야기 – 의좋은 형제(순환출자와 형제의 난)
  • 송영숙
  • 승인 2016.07.05 17: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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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 한 마을에 의좋은 형제가 있었다. 형제는 가을이 되자 추수를 하고 각자 논에 볏가리를 쌓아 놓았다. 형은 동생이 결혼해서 쌀이 더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고는 밤중에 몰래 논으로 나가 자기 볏가리를 덜어 동생 볏가리에 쌓아 놓았다. 그날 밤 동생은 생각하기에 형은 식구도 많으니 쌀이 더 필요할 거라 여겨 밤중에 나가 자기 볏가리를 덜어 형의 볏가리에 쌓아 놓았다. 이튿날 논에 나가 본 형제는 깜짝 놀랐다. 분명히 지난밤에 볏가리를 옮겨 놓았는데 전혀 볏가리가 줄어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튿날 밤에도 형제는 같은 행동을 했고, 셋째 날에 밤에 서로 마주친 형제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줄거리와 같이 형제들이 지금 저런 행동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현행법 상 형제간 재산 증여 시 공제액은 일천만원까지다. 밤새 겨우 볏가리를 서로 날라봤자 일천만원이 되지 않으므로 이 경우 증여세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형제의 행위는 소위 ‘상호출자’에 해당한다. 상호출자란 A사가 B사에 출자(出資 : 자금을 내다)하고, B사가 A사에 출자하여 자본을 교환하는 방식으로서 그 결과 두 기업이 서로의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주로 기업집단의 계열사 간에 행해진다. 만일 A사와 B사가 각각 10억의 자본금을 지니고 있는데 A가 B사에 5억, B는 A사에 5억을 출자하게 된다면 실제로 돈은 오고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장부상으로는 A사와 B사의 각각의 자본금이 15억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런 행위는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기도 하지만 부실기업을 양산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있다(최근 기준을 10조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래서 생긴 것이 바로 ‘순환출자’방식이다. 순환출자란 한 그룹 안에서 A기업이 B기업에, B기업이 C기업에, C기업은 A기업에 다시 출자하는 방식으로 그룹 계열사들끼리 돌려가며 자본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는 상호출자 방식의 편법으로 볼 수 있고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들이 이를 행해왔다. 하지만 순환출자의 많은 문제점으로 말미암아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가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에 더불어 민주당이 경제민주화 입법의 하나로 대기업들의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법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즉 유예기간을 주고 기존의 순환출자구조까지도 해소하라는 것이다(이에 대한 다른 방법으로 지주회사라는 개념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설명하지 않겠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얘기하도록 하겠다. 다만 이 논의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최근 롯데의 ‘형제의 난’ 사태로 알아보도록 하자.

 

재작년에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아버지인 신격호로부터 롯데의 모든 직위를 해임당했다. 신동주 부회장은 누나인 신영자 이사장과 함께 아버지를 설득해 경영권 탈환을 시도했고 결국 신격호 회장은 신영자 이사장 및 신동주 부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가 차남인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을 포함한 이사 6명을 해임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은 해임 다음 날 해임결정이 불법이라며 아버지 신격호 회장을 강제 해임시키고 해임 결정도 무력화했다. 이후 계속된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경영권이 굳혀지나 싶었지만 대대적인 검찰 수사의 시작으로 인해 신동주 부회장이 재기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비슷한 예는 또 있었다. 두산 그룹의 ‘형제의 난’이다. 2005년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차남인 박용오 회장의 그룹 회장직을 셋째 박용성에게 넘길 것을 요구하자 박용오 회장이 '두산 그룹 경영상 편법 활용'이라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두산그룹의 비자금 및 기업 자금 횡령에 대해 밝혀내고 두산 관련자 3명을 불구속 기소하였다. 경영권 다툼으로 형제들을 고발한 이 사건으로 박용오 회장은 가문에서 제명되었고 이를 비관하여 2009년 자택에서 자살하였다. 대기업의 형제 경영권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라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금호아시아나, 대성 등에서도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대기업의 형제간 갈등이 많은 걸까.

 

바로 주식회사가 개인의 소유라는 생각을 전제로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도 기업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왜곡된 경영구조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소위 족벌 경영이다. 실제로 롯데의 경우 신격호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분이 0.05%에 불과하며 여기에 신동빈 회장 등 롯데 일가 주식을 전부 끌어 모아도 전체 지분은 겨우 2.41%다. 3%가 안 되는 지분을 갖고도 자신의 소유처럼 행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순환출자(롯데의 순환출자는 67개로서 전체 대기업 순환출자의 약 70%를 차지함)를 통한 계열사 지배였던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의 경제민주화를 위한 순환출자 해소 법안이 배경이 여기에 맞물려 있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순환출자는 기업의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며 외국 기업의 적대적 M&A를 방어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계열사 간 협조를 긴밀하게 만들어 경영의 효율성을 꾀할 수도 있기에 기업의 자연스러운 진화이며 따라서 외국에서는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 그러나 순환출자 구조는 폭탄돌리기와 비슷해서 연쇄부도의 위험을 항상 갖고 있으며 계열사 간 협조는 다른 말로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이기에 대기업의 배타적 독점구조를 심화시킨다. 무엇보다도 주식회사에 대한 일개 개인의 지배를 가능하게 만든다.

 

의좋은 형제 이야기는 실제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들이 의가 좋은 것과는 별개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앞서 보았듯이 형제를 갈라놓기에 이른다.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은 대기업에게 많은 부분을 대해 고민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금융의 국제화라는 관점에서 국내의 대기업들의 사회적 도리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지금의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정부는 기업에게 일정한 책임과 의무를 물을 수 있으며 그 정부는 바로 우리 국민이 세웠다. 따라서 어쩌면 이 문제는 대기업이 고민해야할 문제인 동시에 우리 국민 각자가 고민해야할 문제인 것이다. 이번 법안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한번쯤은 관심을 가져볼만한 사안이다.

 

조지형 작가

조지형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도서출판 큰글사랑 기획실장

주식회사 디엠에코 이사

『어쩌면당신은관심없는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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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MS 2016-07-12 15:16:06
경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의형제 칼럼이네요~
사실 가족들간의 이야기는 오래되었지만 참 눈살 찌뿌려지는 이야기들에 우리 애들은 욕심 없이 키우고 싶다는 교훈을 남기네요~
아~ 갑자기 생각난건데 침대 회사 1,2위인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 역시 형제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