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이야기 - 황금알을 낳는 오리(배를 가른 오리 다시 살리기)
일곱 번째 이야기 - 황금알을 낳는 오리(배를 가른 오리 다시 살리기)
  • 송영숙
  • 승인 2016.07.19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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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이야기 – 황금알을 낳는 오리(배를 가른 오리 다시 살리기)

 

줄거리 : 어느 가난한 농부가 거위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런데 이 거위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거위는 하루에 하나씩 황금알을 낳았다. 농부는 황금알이 늘어날 때마다 부자가 된다는 생각에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농부는 하루에 하나씩만 알을 낳는 거위가 못마땅했다. 농부는 거위 뱃속에 더 많은 황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결국 거위의 배를 가르기로 했다. 농부는 거위의 배를 갈랐지만 결국 그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최근 포켓몬 고가 큰 이슈다. 이 게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지명수배자가 스스로 경찰서에 들어가는가 하면 속초 시장이 홍보를 위해 스스로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의상을 입고 나오기도 했다. 먼저 '포켓몬 go(Pokémon Go)'란 나이앤틱(Niantic)이 개발한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이다. 2016년 7월 6일 미국 등에서 출시되어 7월 16일 기준으로 총 35개 국가에서 정식 출시되었다. 이용자의 현실 공간 위치에 따라 모바일 기기 상에 출현하는 가상의 포켓몬을 포획하고 훈련시키며 다른 사용자와 대전을 하고 거래도 할 수 있다. 한편 포켓몬이란 ‘주머니 속의 괴물’이란 뜻인 ‘포켓 몬스터(Pocket Monster)’의 줄임말로 1995년 일본 닌텐도에서 개발한 롤플레잉 게임과 그 게임을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을 통칭하는 말이다. 포켓몬은 이후 문구류, 의류, 영화, 캐릭터 상품 등으로 만들어져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문제로 한국에서는 서비스가 되지 않던 차에 마침 속초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속초로 몰려드는 사태가 빚어지고만 것이다.

 

뒤늦게 이와 관련한 뉴스와 분석 등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는 포켓몬 고에서 사용된 기술이 이미 한국에서 몇 년 전에 개발되어 얼마간 상용화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즉 증강 현실 기술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충분이 활용 가능한 기술이었다는 말이 된다(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은 자신(객체)과 배경·환경 모두 현실이 아닌 가상의 이미지를 사용하는데 반해,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은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결국 그렇다면 이런 차이는 어디서 나왔는가? 바로 콘텐츠다. 이번 경우는 기술의 중요성 보다는 콘텐츠와 그 사업화에 성공 요인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 국산 캐릭터인 ‘뽀로로’를 활용하여 증강 현실 기반 게임을 만든다고 한다. 포켓몬 고의 성공요인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는 발상이다. 포켓몬이 갖고 있던 애초의 콘텐츠 컨셉이 포획과 대결이었기에 가능했던 성공이지 단순히 콘텐츠의 결합 문제로 오해를 하고 있다면 평생 포켓몬 고의 뒤만 바라보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도 포켓몬 go 같은 것, 예를 들어 뽀로로 go 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뽀로로라는 컨텐츠가 갖고 있는 컨셉에 어울리는 새로운 증강현실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슷한 일은 이제 한국에서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언가 아이템이 발굴되면 박수를 치며 황금알을 기다리다가 결국은 배를 가른다. 그리고 옆집 오리를 보고는 죽은 오리 배를 애써 꿰매려고 노력한다. 애초에 문제의 원인을 잘못 파악했기 때문에 처방이 옳을 수가 없다. 필자가 조심스럽게 향후 1년 이내에 일어날 일을 예측한다면 다음과 같다.

① 포켓몬 고의 열풍으로 말미암아 한국형 포켓몬 고의 개발을 위해 정부에서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배분한다.

 

② 많은 기업들이 해당 보조금 및 지원을 받기 위해 우후죽순으로 관련 사업에 지원을 한다.

 

③ 지원을 받은 많은 기업들이 한국형 포켓몬 고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각종 규제에 부딪힌다.

 

④ 점점 관련 개발은 진척이 안 되고 시간만 흐른다.

 

⑤ 막상 게임이 출시되었으나 이미 더 높은 수준의 게임이 출시되어 경쟁력을 상실한다.

 

⑥ 이로 인한 예산이 얼마나 낭비되었는지에 대해 기사가 나온다.

 

⑦ ⑤에서 나왔던 새로운 게임의 유행 때문에 ①부터 다시 반복함.

 

왜 이런 예측이 가능하냐면 콘텐츠 산업의 진흥을 위해서는 예산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규제의 완화고 나아가 정책의 일관성이기 때문이다(물론 포켓몬 고의 경우는 지리정보시스템과 관련하여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일례가 바로 ‘셧다운제’다. 셧다운제란 16세 미만(도입 당시 18세)의 청소년에게 심야시간의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제도로 밤 10시가 되면 16세 미만은 자동으로 게임을 할 수 없게 하는 정책이다. 현재 제도 도입 5년 만에 폐지가 거론되는, 정확히는 보호자 선택제로 바뀌는 이 제도와 관련해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2012년에 프로게이머 이승현 선수는 프랑스에서 개최된 스타크래프트2 게임 대회에 16세의 나이로 한국대표선발전 준결승전에 진출하게 된다. 외국 시청자가 많고 해외에서 펼쳐지는 경기였기에 심야시간에 개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이기면 한국대표로 선발되며 또한 500달러의 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워낙 한국이 게임 강국이었기 때문에 해외 시청자가 약 일 만 명이나 되었었다. 그러나 실수(?)로 이승현 선수는 자신의 아이디를 사용했다. 경기 막판에 밤 10시가 가까이 되었고 이승현 선수는 마음이 급한 나머지 무리수를 두다가 결국 패배하게 되어 선발전에서 탈락하게 되었다(이승현 선수는 그로부터 2년 뒤 당당하게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당시 중계를 보던 외국인들은 당황스러운 상황에 어이가 없어 했다. 단순히 그 당시 경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스스로 한국이 게임 강국이라고 말하며 E-SPORTS 육성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던 시기였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즉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던 셈이다.

 

게임 산업은 한국에 있어 황금알을 낳는 오리였다. 그러나 현재 국산 온라인게임은 점차 사양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 고유 콘텐츠의 부재, 각종 규제 그리고 기업의 단기적 시각에 의한 무리한 수익 구조 형성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특히 기업의 무리한 수익 구조 형성은 확률형 게임 아이템의 무분별한 양산을 가져오게 되었고 이는 결국 또 다른 규제를 불러오는 원인이 되었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오리의 배를 가른 것이다. 그리고는 지금에 와서야 다시 배를 꿰매서 살려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다. 필자가 얼마 전에 일본에 다녀와서 느낀 것이 있었다. 가장 부러운 것은 그 콘텐츠의 풍부함과 이를 이용한 사업화였다. 필자가 느끼기에 일본은 상상력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그것이 바로 일본이라는 국가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수익을 위해 콘텐츠에 대한 모든 규제를 풀고 또 사업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모순적인 정책을 통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 때문에 예산을 낭비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죽은 오리는 살릴 수 없으니까.

 

조지형 작가

조지형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도서출판 큰글사랑 기획실장

주식회사 디엠에코 이사

『어쩌면당신은관심없는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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