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이문희-
양파껍질을
벗기고 또 벗기고
매운 눈 옷소매로 훔치며
벗기고 나면
마지막 남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우리는 가끔씩
숨기고 싶을 때가 있다.
빈 알갱이라도
드러내 놓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시감상*
사춘기는 바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기
사춘기(思春期)는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성인이 되는 시기입니다.
성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여 이차 성징이 나타나며,
생식 기능이 완성되기 시작하는 시기로
이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청년 초기로 보통 15~20세를 이릅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양파처럼 껍질을 벗기고 또 벗기면
나중에는 빈 알갱이처럼 아무 것도 없는데
자꾸 숨기려고 합니다.
그런데 사춘기를 겪지 못하는 십대들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눈을 돌릴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학교는 경쟁을 가르치는 공간이었고,
내 시선은 나 자신을 향하기보다
내 앞 등수나 뒤 등수의 사람들을 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이 학원 저 학원 오가느라 바쁘니
사춘기를 겪지 못하는 안타까운 십대들이 되는 것입니다.
사춘기는 방황의 시기가 아닙니다.
귀한 보물을 하나 얻는 시기입니다.
그 보물은 바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기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숨겨왔던 나 자신,
나 자신이 가진 가능성의 세계를 찾는 시기입니다.
비틀비틀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불안스러운 사춘기는
바로 출발점입니다.
새로운 세계, 더 탄탄한 대지에 발을 디디는 시기입니다. (이문희)
昭也 이문희
*『아동문예』 문학상 당선(1994)
*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1997)
*『시문학』우수작품상(2004)
* 대산창작기금 수혜자(2005)
* 한국아동문학 작가상(2009)
* 대전문인협회 이사역임
* 대전아동문학회 회장역임
* 동시집《눈 오는 날》《해님이 보는 그림책》
《심심하지 않을 거야》
사진가 -daily life 박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