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 마종기 -
가을 - 마종기 -
  • 이희제
  • 승인 2016.09.20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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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 - 강희안 - 사진가 - 파워클래식 방호성 -

 

 

가을

            -마종기-

 

가벼워진다
바람이 가벼워진다
몸이 가벼워진다

이곳에
열매들이 무겁게 무겁게
제 무게대로 엉겨서 땅에 떨어진다

오, 이와도 같이
사랑도, 미움도, 인생도, 제 나름대로 익어서
어디로인지 사라져간다

 

*시 감상 *

모든 것이 제 몸의 부피를 버리면서 가벼워지는 이 가을,

가벼움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가를 음미해 볼까요?
나무의 꽃과 이파리, 가지들은 제 자신의 몸을 열매에게 건네주기 위한 일이지요.
가벼움(사랑)과 무거움(미움)이 공존하는 과도기가 바로 가을입니다.
가벼운 것들은 가벼운 대로 무거운 것들은 무거운 대로
자신의 이웃인 타자를 사랑하는 한 방식일 뿐이지요.
우리도 이와 같은 자연의 속삭임에 귀를 열어볼 수는 없을까요?
제 나름대로 익어서 어디론가 사라져 간다는 것!
진정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소멸의 길이 아니라
누군가를 향해 자신을 내주는 상생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강희안)

 

 

 

 

 

 

 

 

 

 

 

 

 

 

 

강희안                                                                     

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 교수

강희안(姜熙安) 1990년 《문학사상》
        신인발굴 당선으로 등단.


시집 - 지나간 슬픔이 강물이라면,
       - 거미는 몸에 산다
       - 나탈리 망세의 첼로
       - 물고기 강의실 등

논저 - 석정 시의 시간과 공간 
       - 새로운 현대시작법
       - 고독한 욕망의 윤리학
       - 새로운 현대시론 등

공저 - 현대문학의 이해와 감상,
       - 문학의 논리와 실제,
       - 『유쾌한 시학 강의』

편저 - 『한국 시의 전당 헌정시 100선집』 

현재 계간 『시와미학』 편집주간 및 배재대 교수

 

사진가 - 파워클래식 방호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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