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드는 날 -도종환-
단풍드는 날 -도종환-
  • 이희제
  • 승인 2016.10.24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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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 - 강희안 - 사진가 - 그르니에 함영국-

 

 

단풍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정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시감상 *

방하착이란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온갖 물질적 욕망과 정신적 집착을
모두 내려놓아야 자유에 이른다는
부처의 가르침이지요.

당나라 때 엄양이란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저는 한 물건도 갖고 있지 않아 내려놓을 게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라고 여쭈었답니다. 그러자 조주 스님은
“없으면 다시 지고 가!” 라며 버럭 호통을 쳤다고 합니다.
하물며 스님도 마음 밖의 일만 따지는데
일반 중생들은 어떻겠습니까?

진정 참다운 삶이란 시인의 말처럼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는 이치를
깨달은 이의 몫은 아닐까요?
그것도 아주 “가장 황홀한 빛깔”로 물들어본 이의 날들처럼!  (강희안)

 

                                                      

강희안                                                                     

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 교수

강희안(姜熙安) 1990년 《문학사상》
        신인발굴 당선으로 등단.


시집 - 지나간 슬픔이 강물이라면,
       - 거미는 몸에 산다
       - 나탈리 망세의 첼로
       - 물고기 강의실 등

논저 - 석정 시의 시간과 공간 
       - 새로운 현대시작법
       - 고독한 욕망의 윤리학
       - 새로운 현대시론 등

공저 - 현대문학의 이해와 감상,
       - 문학의 논리와 실제,
       - 『유쾌한 시학 강의』

편저 - 『한국 시의 전당 헌정시 100선집』 

현재 계간 『시와미학』 편집주간 및 배재대 교수

 

사진가 -그르니에 함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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