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손종호- 사진 - 짜라투스 하영수-
공기의 꿈 6
-손종호-
가슴을 비우니 비로소
하늘이 담긴다.
눈 감고 흐름에 맡기니
내 전신이 바람이 된다.
청솔 낮은 가지 끝에 매달린
한 마리 송충이가 손끝으로 안긴다.
식장산 아래
꽃뱀의 소중한 가솔(家率)도 보인다.
고통은 빛을 키우는 태반,
풀잎들은
오히려 흔들림으로 일깨워 준다.
걸어가는 길은 달라도
서녁을 향해 서면
영원한 것은 없으나
영원히 사라지는 것도 없다.
샘물은 몸 바꾸며 하나 되어
바다로 가고
길은 안개 속에도
보이지 않음으로 곧게 뻗어 있다.
비어 있으니
내가 땅이 된다.
일체를 받아들이는 어머니가 된다.
<시작 노트>
모든 인간은 짐짓 잊고 사는 듯해도
언제나 무한을 동경한다.
그런데 가장 소중한 것은 우리 곁에 있다.
허공이 말 그대로 텅 빈 듯해도
공기로 가득 차있듯 주변을 둘러보면
감사할 것 보살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 나를 힘들게 하는 이들조차
내 마음을 넓혀주는 도움을 준다.
스스로를 비우고 큰 숨을 쉬어보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무한을 이룬다.(손종호)
손종호
현 충남대학교 국문학과 명예교수
197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및
<문학사상>신인상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투명한 사랑> 외,
연구서 <근대시의 영성과 종교성>외
여러 권의 저서가 있음
사진가 - 짜라투스 하영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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