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daily life 박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녁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시감상
나이가 들거나 살다 힘들고 어려워질 때면
평소 잊고 살았던 작고 수수하고 보잘 것 없는
초라한 것들에도 눈길이 간다.
낮고 아픈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많다.
‘구름 사이에 뜬 별’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
‘고개를 끄덕이는 구절초’
‘꽃 피우는 콩꽃 팥꽃’
‘서로 어깨를 기댄 억새풀’
‘평온히 흐르는 강물’
모두 다 외로운 우리의 이웃이지만
참 소중한 것들이다.
시인은 아내와 사별한 후
극도의 슬픔 가운데서
이것들에 투영된 아내를 보았으리라.
소박하고 사소한 일상에 감사하면
그것이 행복이다.
힘들고 지친 이들이
언제든 찾아 와 쉬어 가는 강물이 되고 싶다.
따뜻한 시와 가슴을 울리는 낭송으로
행복을 나눠 주며. (박성현)
사진가 - 함영국-
박성현(朴性賢)
시낭송가, 시인
유니베라 청주하영대리점 대표
별하나 시낭송회 회장
멜리노스 부부합창단 단장
시집- <개인시집> 사과빛 행복
<동인시집> 행복스위치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