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필요하다고요
- 이문희 -
새싹이 아직 나오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씨껍질을 깨고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줄기가 아직 굵어지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뿌리로 양분을 빨아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잎이 아직 넓어지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햇빛을 받아 더 푸르게 넓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꽃이 아직 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더 아름답고 예쁘게 피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열매를 아직 매달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벌과 나비가 찾아오려면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요.
* 시감상
-성장하기까지는 정해진 과정에 따라-
씨껍질을 깨고 새싹이 나오기까지는
며칠이 걸립니다.
그 새싹이 자라 잎을 달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매달게 되기까지는
더욱 많은 날들이 필요합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이 있는 것들은 성장하기까지는
정해진 과정에 따라 순서에 맞춰서 자랍니다.
잎을 매단 다음, 새싹이 돋고,
꽃이 피기 전에 열매가 맺는 일은 없습니다.
우리 부모들은
자녀의 학습에 대한 조급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들이 바라는 어떤 결과가
빨리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학원엘 보내고, 과외를 시킵니다.
시동을 걸자마자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는
쉽게 고장이 납니다.
아기를 빨리 키우겠다고
음식을 어른과 같은 분량으로 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부모들은
시작부터 과도한 욕심을 가지고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합니다.
부모의 욕심은 아이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요.’
아이는 지금 부모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이문희)
昭也 이문희
*『아동문예』 문학상 당선(1994)
*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1997)
*『시문학』우수작품상(2004)
* 대산창작기금 수혜자(2005)
* 한국아동문학 작가상(2009)
* 대전문인협회 이사역임
* 대전아동문학회 회장역임
* 동시집《눈 오는 날》《해님이 보는 그림책》
《심심하지 않을 거야》
사진 - 온새미로 김정국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