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좋을까
-박만엽-
모른 체하면 멀어질까
눈을 감으면 잊혀질까
지우개로 지우면 지워질까
그 무엇이든 뜻대로 안 된다면
그저 흐르는 세월에 맡길 뿐
또 다른 행성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다행히 서로 사랑하면서
은하수처럼 함께 흘러갈 수 있다면
별빛처럼 반짝여
칠흑 같은 어둠 속에도
서로를 알아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 감상*
이 시는 박만엽시인의 두 번째 시집
「가슴에 묻어본 적이 있는가」에 수록된 시다.
사랑하던 사람을 떠나보낸 후
모른 체도 해보고 눈을 감아 보기도 하며
기억에서 지우려 애쓰지만
그럴수록 그리움은 더 커져만 간다.
길을 가는 사람 모두 그인 것만 같다.
혹시 연락이 올까봐 전화기만 쳐다보고 있다.
지나가는 버스에 꼭 그가 타고 있을 것만 같다.
만날까 싶어 인파로 가득한 거리를 헤매기도 한다.
안타까운 이별 후에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세상 일이 뜻대로 안될 때가 있다.
그것이 사랑일 때는 더 아프고 더 힘들다.
시인은 말한다. 그저 흐르는 세월에 맡기라고.
어쩌면 시간은 만병통치약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 우주 안에 같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고 기쁘고 좋은 일인가~
다만 조건이 하나 있다.
서로의 마음에 희미하게라도
다행히 사랑이 남아 있어야 한다.
시감상 -박성현(朴性賢)
시낭송가, 시인
유니베라 청주하영대리점 대표
별하나 시낭송회 회장
멜리노스 부부합창단 단장
시집- <개인시집> 사과빛 행복
<동인시집> 행복스위치1,2
사진가 - 파워클래식 방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