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시 - 이문희-
5월의 시 - 이문희-
  • 이희제
  • 승인 2017.05.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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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감상 - 이문희 - 사진가- 함영국-

 

5월의 시

            -이문희-

토끼풀꽃 하얗게 핀
저수지 둑에 앉아
파아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는 한 덩이 하얀 구름이 되고 싶다.
저수지 물속에 들어가
빛바랜 유년의 기억을 닦고 싶다.
그리고 가끔
나는 바람이 되고 싶다.
저수지 물위에 드리워진
아카시아꽃 향기를 가져다가
닦아낸 유년의 기억에
향기를 골고루 묻혀
손수건을 접듯 다시 내 품안에 넣어두고 싶다.
5월의 나무들과
풀잎들과 물새들이 저수지 물위로
깝족깝족 제 모습을 자랑할 때
나는 두 눈을 감고
유년의 기억을 한 면씩 펴면서
구름처럼 바람처럼 거닐고 싶다.
하루 종일 저수지 둑길을 맴돌고 싶다.

 

 

[시감상]

신록으로 가득한 5월은 유년의 기억을 불러온다.

꽃반지를 만들며 놀았던 토끼풀꽃,
밀가루 버무려 찌면 한 끼 식사가 되었던
그 하얀 꽃이 피어나면
유년의 기억 속에도 하얀 꽃이 만발한다.
하얀 동심이 밝게 피어난다.

저수지 둑엔 토끼풀 꽃이 가득하고,
뒷동산에서 아카시아 꽃향기가 풍겨오던 그 곳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빛바랜 유년이 맑게 닦여지면
바람처럼 구름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나도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가 된다.

스스로 바라던 자신의 모습은 없고,
생존의 시간만을 마주하는 바쁜 일상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걱정 근심 덜어내고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그리운 고향 산천으로 내달리게 된다.

가슴에 활기를 주고
존재감을 느끼게 해 주는 5월이 있어서
다시 힘을 낸다.

 

 

昭也 이문희

*『아동문예』 문학상 당선(1994)                              

*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1997)   

*『시문학』우수작품상(2004)                                              

* 대산창작기금 수혜자(2005)                                

* 한국아동문학 작가상(2009)

* 대전문인협회 이사역임

* 대전아동문학회 회장역임

* 동시집《눈 오는 날》《해님이 보는 그림책》

  《심심하지 않을 거야》

 

* 현)한국동시문학회 부회장

 

사진 - 함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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