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은 별이 되고
넋은 별이 되고
  • 이희제
  • 승인 2017.06.0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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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 이종숙-

넋은 별이 되고

             - 유 연 숙 -

모른 척 돌아서 가면
가시밭 길 걷지 않아도 되었으련만
당신은 어찌하여
푸른 목숨 잘라내는
그 길을 택하셨습니까.

시린 새벽 공기 가르며
무사귀환을 빌었던
주름 깊은 어머니의 아들이었는데

바람소리에도 행여 님일까
문지방 황급히 넘던
눈물 많은 아내의 남편이었는데

기억하지 못 할 얼굴
어린 자식 가슴에 새기고
홀연히 떠나버린 아들의 아버지이었는데
무슨 일로 당신은 소식이 없으십니까

작은 몸짓에도
흔들리는 조국의 운명 앞에
꺼져가는 마지막 불씨를 지피려
뜨거운 피 쏟으며 지켜낸 이 땅엔
당신의 아들딸들이
주인 되어 살고 있습니다.

그 무엇으로 바꿀 수 있었으리오
주저 없이 조국에 태워버린
당신의 영혼들이 거름이 되어
지금
화려한 꽃으로 피어났습니다.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
파도처럼 높았던 함성
가만히 눈 감아도 보이고
귀 막아도 천둥처럼 들려옵니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
수많은 푸르른 넋
잠들지 못한 당신의 정신은 남아
후손들의 가슴 속에 숨을 쉬고
차가운 혈관을 두드려 깨웁니다.

이제 보이십니까?
피맺힌 절규로 지켜진 조국은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몸을 태워
어둠을 사르는 촛불같이
목숨 녹여 이룩한 이 나라

당신의 넋은 언제나
망망대해에서 뱃길을 열어주는
등대로 우뚝 서 계십니다.

세월이 흘러가면
잊혀지는 일 많다 하지만
당신이 걸어가신 그 길은
우리들 가슴속에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 시감상

현충일 추념식 헌시낭송을 계기로
이 시를 수도 없이 읽고 외우면서야
현충일의 진정한 의미를
그분들의 감사함을 진심으로 되새길 수 있었다.
숫자로만 남겨진 전쟁의 과정 속 날짜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
9월 28일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 탈환, 중공군의 개입으로 1.4후퇴 등
우리는 전쟁을 숫자로 기억한다.
하지만 거기에 귀한 한 사람 한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시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라를 위해 주저없이 전장에 뛰어들었던 그는
주름깊은 어머니의 아들이기도 했고,
눈물 많은 아내의 남편이기도,
어린자식들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밟고 서 있는 이 땅이 있는 것이고,
자유로운 속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무탈하게 오늘을 살 수 있는 것이다.

현충일 밤 비가 오고 있다.
그들의 슬픔이 는개비 되어 유월의 푸른옷을 입고
그리움 찾는 지친 여정으로 창문을 두드리는 듯 하다.
현충일이 되면
닫혀있던 충령탑 철문 열어
향을 피워 그분들을 기린다.
주저 없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그분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감사해 하는 것이리라.

시감상 - 이종숙 시낭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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