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에서 -윤동주-
모란봉에서 -윤동주-
  • 이희제
  • 승인 2017.06.25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감상- 우현명-

 

모란봉에서

            - 윤동주-

앙당한 솔나무 가지에
훈훈한 바람의 날개가 스치고
얼음 섞인 대동강 물에
한나절 햇발이 미끄러지다.

허물어진 성터에서
철모르는 여아들이
저도 모를 이국말로
재질대며 뜀을 뛰고.

난데없는 자동차가 밉다.

           (1936.3.24.)

*시감상

윤동주 시인은 평양숭실학교에 다녔다.
‘모란봉에서’는 그 무렵 사군자 중 하나인
소나무의 곧은 정신과 기개로
신사참배를 거부하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들이
애처롭게 그려져 있다.
허물어진 성터에서 나라를 잃은 사람들이
일본어를 하는 것도 싫고,
일본인들이 들여온 자동차 등
개화의 물결도 밉기만 하다.

지금 모란봉에는 누가 있는가?
6.25를 일으킨 원흉이 자리잡고 있다.
일제 강점기보다 더한 핍박과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 동포들이
김씨 일가의 충성놀음에 희생되고 있다.
사상자가 300만명이 넘고,
천만 이산가족의 고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국립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에는
수많은 영령들이 잠들어 있고,
산천 곳곳에 우리가 찾지 못한
호국영령들이 있다.

윤동주시인이 지금 모란봉 위에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그리고 어떤 시를 쓸까?

나는 잠시 침묵 속에 두 손을 모아본다.
모란봉 위에서
소리없이 들리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 시감상 - 우현명-

-윤동주문학사상
  대전지회장
- 시낭송가 
- 문화해설사
- 스피치 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