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꽃씨
- 이문희 -
톡톡톡
꽃씨주머니가 터지자
낙하산도 없이
떨어지는 씨앗들
내년 봄에 싹을 틔워
꽃밭을
빨갛게 물들일 생각에
무섭지도 않은가봐
낙하산도 없이 떨어지는 꽃씨들,
무섭지도 않은가봐
누구나 한 번쯤은 봉숭아 씨 주머니를
터뜨려 보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손으로 씨 주머니를 살짝 누르기만 해도
주머니가 톡 터지면서
둥글고 작은 봉숭아 꽃씨가 튀어나온다.
봉숭아는 4월 ~ 5월에 씨를 뿌리면
6월 이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7월 ~ 8월경에 타원형의 씨 주머니를 매단다.
씨 주머니가 익으면
탄력적으로 터지면서 씨가 튀어나와
흩어져 떨어지는 모습을
‘톡톡톡/ 꽃씨주머니가 터지자/
낙하산도 없이/ 떨어지는 씨앗들’
이라고 상상해 보았다.
낙하산도 없이 떨어지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일 텐데
꽃씨들은 무섭지도 않은 모양이다.
왜 무섭지 않을까?
‘내년 봄에 싹을 틔워/ 꽃밭을/ 빨갛게 물들일 생각’
때문일 것이다.
봉숭아 씨앗에게 인격을 부여하여
사람처럼 생각하고 의인화를 시켜 쓴 동시이다.
昭也 이문희
*『아동문예』 문학상 당선(1994)
*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1997)
*『시문학』우수작품상(2004)
* 대산창작기금 수혜자(2005)
* 한국아동문학 작가상(2009)
* 대전문인협회 이사역임
* 대전아동문학회 회장역임
* 동시집《눈 오는 날》《해님이 보는 그림책》
《심심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