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고장 '대덕'을 아시나요?
선비의 고장 '대덕'을 아시나요?
  • 권성하 기자
  • 승인 2017.10.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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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이문고 학생들 '대덕선비신문' 펴 내

선비의 고장 '대덕'을 알리기 위해 고교생들이 뭉쳤다.

대전 이문고등학교(교장 김동춘) 2학년 최설희 학생과 1학년 이원정, 윤유진, 박관훤 학생이 주인공이다. 학내 동아리인 '이문펜' 소속인 네 학생은 대전지역의 대표적인 유교문화유산인 동춘당을 중심으로 조선 기호유교의 뿌리와 미래상을 짚어보는 신문 '대덕(大德)선비신문-뿌리깊은나무(창간호)'를 펴 냈다.

보통 신문의 1/2 크기인 타블로이드 판형(8개 면)으로 제작된 '대덕선비신문'은 제법 모양새를 갖췄다. 1면 상단 제호의 왼쪽에 배치한 배너광고는 "역사가 없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라는 글귀로 신문의 정체성을 알린다. 학생들이 신문 제작에 나선 이유가 대전 동춘당과 소대헌, 호연재 고택의 국가중요민속문화재 승격 1주년을 알리겠다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사실 동춘당은 조선 후기 기호학파의 대표적인 학자인 동춘당 송준길(宋浚吉, 1606~1672)의 옛집으로 대전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고택이다. 또 소대헌·호연재 고택은 송준길의 둘째 손자인 송병하(宋炳夏, 1646~1697)가 1674년 분가해 지은 집으로 송병하의 아들 소대헌 송요화(宋堯和, 1682~1764)가 1714년에 이축했다. 송요화의 부인이 바로 호연재(浩然齋) 김씨(1681~1722)다. 호연재 김씨는 한시 141수를 남길 만큼 17~18세기 여류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이들 고택을 송준길 가문으로 이해하면 한 집안의 가계 계승과 호서지역의 명문가 집안의 면모를 찾을 수 있다. 또 비교적 조선 중기 가옥의 원형이 잘 남아 있고, 대전지역에서는 살림집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적 특색을 알 수 있는 희소성이 있는 등을 살필 수 있는 중요민속문화재다.

신문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학생들이 바라 본 역사문화에 대한 고민과 시선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다. 2면에 게재한 '사설'과 두 꼭지의 '지상토론'(2면,7면)은 취재의 깊이에 감탄사가 나온다. 특히 "유교문화는 이제 고답적이고, 비현실적이고, 점잖고, 허례허식적이며 관념적이고, 권위적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고고하고, 지성적이며 사리에 밝고, 중용적인 우리 시대가 추구하는 선비문화라는 긍정적인 수용태도가 필요하다.(중략)우리의도덕교육은 어떠한 길을 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유학문화, 즉 선비문화는 하나의 대안으로 제실될 수 있다. 우리 '이문펜-뿌리깊은나무'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지역의 대표적인 선비 송준길과 관련 문화유산을 재조명하고, 이를 현대에 어떻게 수용하고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탐구를 시작했고, 많은 동참을 촉구한다"는 '사설'의 일갈은 새겨 들을 만하다.

두 꼭지의 지상토론 '동춘당 고택에서의 음식장사 허용해야 하는가?'와 '유교 문화유산, 현대에 계승되어야 하는가?'는 찬성과 반대의 치열한 공방과 함께 명확한 논거로 시사점을 제시한다.
대덕구를 대표하는 '동춘당 문화제'의 한계를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한 박스 기사(3면)도 돋보였다.

내용 가운데 주목할 것은 올해 21회째인 동춘당 문화제의 기원을 짚어낸 부분이다. 학생 기자들은 '21회'라는 것은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이후의 셈법이고, 실제로는 첫 개최 년도인 1970년을 기준으로 '47회'로 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11년부터 '대덕구민의 날'과 병행해서 개최되면서 축소된 위상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동춘당 문화제는 이름 뿐이며 장소만 제공되는 곳으로 전락했고, 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고있어 두 개의 행사를 분리해 고결한 선비정신을 찾는 '전국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호연재 김씨의 일대기를 재조명한 기사와 송준길과 송시열의 만남, 대전지역의 유교 건축물과 향교 소개 기사 등 풍부한 읽을 거리는 발로 뛴 취재의 이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학생들은 창간호에 이어 두번째 신문 발행도 준비할 계획이다. 시작은 네 명 뿐이었지만 더 많은 선후배들에게 취재의 즐거움을 전파해 더욱 가치있고, 생생하고, 다양한 지역소식을 담겠다는 포부다. 대학 입시로 바쁜 고교 생활이지만 일단 반기 간행을 목표로 삼고, 나아가 분기별 발행에 도전한다는 목표다.

이원정, 윤유진, 박관훤 학생은 "동춘당 생애의길과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특강과 토론 등 체험활동을 하면서 교실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다른 교육적 목표와 깨달음을 얻었다"며 "대입 시험 문제가 아니더라도 하고자 하는 진로와 전공분야에 대한 생각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창간호 편집장을 맡은 최설희 학생은 "이번 신문을 영어로 번역해 외국인 친구들에게 알리는 일에 도전하려한다"며 "지역 문화유산을 사랑하고, 알리는 일이 대한민국의 문화융성을 이끄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문 제작을 지원한 방경태 동아리 지도교사는 "학교 내 저작활동을 하는 동아리인 이문펜(pen)이 훌륭한 생각을 가진 네 명의 학생들 덕분에 역사신문을 창간하는 큰일을 해냈다"며 "앞으로 이문고를 대표하는 동아리와 신문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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