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 이문희 -
민들레 - 이문희 -
  • 이희제
  • 승인 2016.04.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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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문희- 사진 -박덕기-

 

민들레

            - 이문희 -

 

길모퉁이
아스팔트 틈새
종일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
씨가 떨어진 곳이면
그 곳이 어디든
불평 한 마디하지 않고
뿌리를 내리는 민들레

밟히고 찢기며
가장 낮은 자세로
하얀 꽃 노란 꽃
열심히 피우는 민들레

흰머리 되어서야
솜털같이 가벼운 몸으로
날아오르고 싶던 꿈
비로소 이루는 민들레
흰머리 되어서야 솜털같이 가벼워지는 몸

 

 

시감상

             -이문희-

찬 겨울이 지나고 이른 봄이 되면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노랗게 빨갛게 물들이는 꽃.
바로 개나리와 진달래다. 그런데 개나리와 진달래 말고도
나에게 친숙한 꽃이 있으니 바로 민들레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주로 마을 뒷산이나 집 담장을 노랗게 빨갛게 수를 놓는다면
민들레는 씨가 떨어진 곳이면
길가나 아스팔트 틈새, 그늘 등 어디든
불평 없이 뿌리를 깊이 내리고 하얗게 또는 노랗게 꽃을 피워낸다.

민들레는 가장 낮은 자세로 자라면서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고 찢기지만,
꽃대는 하늘 향해 힘차게 내민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드디어는 한 송이 꽃을 피워내는 그 의지가 실로 대단하다.
민들레의 꿈은 한 송이 꽃을 피워내는데 그치지 않는다.
꽃을 피워낸 후,
한 개 한 개의 씨앗마다 하얀 솜털을 매달고
가벼운 몸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날아오르는 모습은
정말 대단하고 멋져 보인다.

 

늙어 흰머리 되어서야 비로소 홀가분해진 가벼운 몸으로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민들레 꽃씨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 나가는 의지의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음을,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는 얼마나 겸손해야 하는지를
나에게 몸으로 가르쳐 주고 있다.
내일은 민들레 몇 포기를 뜰 안으로 옮겨 심어
아침저녁으로 어루만져 주어야겠다.(*)

 

 

 

 

昭也 이문희

*『아동문예』 문학상 당선(1994)                              

 
 

*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1997)   

*『시문학』우수작품상(2004)                                              

 

* 대산창작기금 수혜자(2005)                                

* 한국아동문학 작가상(2009)

* 대전문인협회 이사역임

* 대전아동문학회 회장역임

* 동시집《눈 오는 날》《해님이 보는 그림책》

《심심하지 않을 거야》

 

- 사진사 Photo by 벌레로 박덕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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