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에게 듣다.
- 김산 김영길-
겨울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 서 있으면서도
잎으로 꽃으로 살다가
그 잎 그 꽃
떠나보낼 줄 알아
언제나 다시 돌아와
새롭게 산다
나는 아직도 길 위에 서서
떠나지도 돌아오지도 못 하는가
돌아올 길을 모르기 때문인가
아직 꽃 한 번 피우지 못 해
여기 이렇게 서서
망설이는가
난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바람이 데리러 와도
비가 찾아와도
겨울나무에게
나는 발이 없음으로 떠나지 못한다 했다
겨울나무는 내게 자신을 떠나는 것은
발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떠나보내면
꽃이 되어 돌아 올 것이라 말해 주고 있다
겨울나무 한 가지가
설해목이 되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있었다.
*시감상
겨울날 광교산에 다녀왔다
산은 겨울에도 살아 있었다
모든 걸 벗어 던지고
얼마의 나무에는 눈을 이고 있었고,
더러는 설해목도 있었다
나무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알아
그때마다 잎을 피우고 꽃을 피워내고
가을이면 자신에게서 잎마저 떠나 보내고
홀로 남는다
그렇게 살면서
자신의 존재를 충만하게 사는데
나는 아직도 욕심때문에
잎을 피울 때와 꽃을 피울 때와
그 모든 것을 떠나 보낼때를 알 지 못 하고
어리석게 산다
나무는 떠나 보내고 돌아와
다시 그 자리에 서 있지만
나는 떠나지도 돌아오지도 못 하면서
아직도 방황하고 있다
겨울산을 오르며
겨울나무에게 경책을 듣고 왔다.* 김 산
시인 -김영길
-한올문학 등단
-시집 -덩나무어머니
-상처있는 나무는 다 아름답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회원
-현재 수원 유신고등학교사 문학과 교사
사진- 사진가 김관웅-